Perspectives & Words

"Meine Füße reichen nirgendwohin" (내 발은 어디에도 닿지 않는다) | Saarländisches Künstlerhaus | Stefan Fricke (KR)


“Meine Füße reichen nirgendwohin“, immersive audio drama installation, Saarländisches Künstlerhaus (2024) (Photo: Hyunju Oh)

2024년 5월 8일 자를브뤼켄 잘란트 퀸슬러하우스(Saarländisches Künstlerhaus)에서 열린 오현주 작가의 초청 개인전 'Meine Füße reichen nirgendwohin: 내 발은 어디에도 닿지 않는다' 전시에서.

‘Mutterboden - 무터보덴’(표토 / 직역: 어머니의 땅)은 독일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시적인 단어는 아니며, 다양한 연관성을 열어주는 어휘가 아닙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죠. ‘표토’는 경작지에서 부식질이 풍부하고 가장 비옥한 토양의 최상층을 의미합니다. 표토는 식물, 동물,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삶의 기반입니다. 표토는 귀중하고 유한한 자원이지만 인간의 모든 종류의 개입으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표토’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그 사용은 법으로 보호됩니다. ‘표토의 보호’라는 제목의 독일 건축법 202항은 “건축 구조물의 건설 및 변경과 기타 지표면의 중대한 변화 과정에서 굴착된 표토는 사용 가능한 상태로 보존되어야 하며 파괴나 낭비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 냉정한 법률 문구는 여기까지입니다.

한국 작가 오현주는 얼마전 'Mutterboden - 무터보덴'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 - 그녀가 말했듯이 -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이 단어에서 그녀가 한동안 자신의 예술에서 다루어 왔던 것과 동등한 언어적 가치를 느꼈다고 했습니다: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 어린 시절의 꿈과 트라우마, 부모와 자녀의 필요한 분리와 고통스러운 상실, 교육적, 의사 소통의 상실과 가족 세대 간의 지속적인 연결, 자유로운 개인적 독립성을 위해 상호적 구속으로부터 해제. 실제 독일어 원어민들은 이러한 접근으로 이해하고 맥락화한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현주는 '무터보덴'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다면적이고 심리 - 사회적인 방식으로 해석합니다. 

“Meine Füße reichen nirgendwohin“, immersive audio drama installation, Saarländisches Künstlerhaus (2024) (Photo: Hyunju Oh)

오현주 작가는 'Mutterboden - 무터보덴'이라는 개념에 대한 주제적 미학적 설정과 구현(작가의 다부작 프로젝트 이름)을 통해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 부식질이 풍부하고 사랑스럽게 흙을 가꾸는 것, 또는 이와 정반대로 어머니가 아이의 발 아래에서 흙을 빼앗는 것 사이의 긴장의 장을 폭넓게 다룹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인상적인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떠올릴 수도 있고요. 

그러나 오현주는 구체적이면서도 개인적이고, 사적인 것을 넘어 보편적인 것으로까지 확장되는 다양한 방식으로 어머니라는 대상과 어머니의 은유적-상징적 이미지, 그리고 그에 따른 함의와 연상에 주목하고 이를 주제화합니다. 또한 그것은 특히 어린 시절의 기억, 그녀 자신의 기억에 남아있는 이미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오현주 작가의 다매체 및 인터미디어 아트 작품의 근간을 이루게 됩니다. 대부분 과거에 있었던 작가의 슬프고 고통스러운 경험들은 그녀의 작품에서 표면으로 드러나고, 짖누르고, 밀어내고 싶어지기도, 밀쳐내야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미학적 언어로 말하거나 조용히 점유합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오현주 작가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경험과 상처 곁에 머무는 작업이자 그것을 통해 형성된 작업입니다. 물론 작가에게  일어난 일과 우리의 경험은 항상 똑같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왠지 모르게 친숙합니다.

“Mein Füße reichen nirgendwo hin” (KR: 내 발은 어디에도 닿지 않는다)는 잘란트 퀸슬러하우스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오현주 작가의 설치 작품 제목입니다. 이 작품은 음성 텍스트, 소리, 소음, 빛, 오브제가 정확한 배열과 비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설치물은 관람객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청각적 이벤트만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형적인 플라스틱 무대 세트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또한 이것은 실제 전시 공간을 위해 만들어진 오디오 드라마로, 소란과 침묵 속에서 소통하는 오브제들이 구체적으로 시각화되고 정교하게 설계된 스포트라이트 조명의 활용을 통해 마치 한밤중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오디오 연극으로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설치물에서 전달되는 화자의 음성은 작품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다른 설치 요소들에 비해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Meine Füße reichen nirgendwohin“, immersive audio drama installation, Saarländisches Künstlerhaus (2024) (Photo: Hyunju Oh)

오현주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렇듯이 이 설치물에서 또한 자전적 이야기, 기억에서 추상화된 짧은 이야기, 서정적이고 시적인 미니어처가 동시에 존재하며, 내면의 독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설치 작품 “Meine Füße reichen nirgendwohin”(KR: 내 발은 아무데도 닿지 않는다)의 화자는 안나 헨젤(Anna Hensel)입니다. 퀸슬러하우스의 스튜디오 블라우에 있는 두 번째 작품 “Wie ist es wohl jetzt dort?”(KR: 지금 그곳은 어떤가요?)에서는 오현주 작가가 직접 화자로 등장합니다. 한때 사랑했던, 어쩌면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는 청각적 편지, 친구에게 보내는 독일어로 된 편지입니다. 작품 “Wie ist es wohl jetzt dort?(KR: 지금 그곳은 어떤가요?)는 2023년에 시작된 오현주의 연작 프로젝트 “Mutterboden 무터보덴 - 표토”의 일부가 아닌, 2021년에 이미 실현한 작품입니다. 설치를 위해 여러 가지 청각적 의미의 기본 요소가 포함하도록 확장된 그 대본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습니다. “내 어린 시절 기억은 흐릿해. / 아마 내 눈이 나빠서 일거야. / 어렸을 땐, 내가 얼마나 잘 볼 수 있는지 몰랐어. / 나 자신도 깨닫지 못했거든. / 나는 내가 본 것을 진짜 세상이라고 믿었어.” 그리고 연(緣)과 탯줄처럼 많은 끈과 밧줄들이 시각적으로 특징인 신작 "Mein Füße reichen nirgendwo hin”(KR: 내 발은 아무데도 닿지 않는다)에서는 두 문장을 들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일어났지만 발 끝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 숨결만이 나를 안아주는 유일한 포옹이다” 즉, 우리를 지탱해줄 땅이 없고, 설령 땅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를 지탱해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무력감, 의지할 곳 없는 감정이 담겨져 있습니다. 어찌됐던 그것은 분명 존재하지만, 어머니의 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항상 흔들리고 모호한 상태로서 우리의 일생 동안 말이죠.

Prof. Stefan Fricke (hr2-kultur / Radio Frankfurt)